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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보는 ‘봄’ 제목: ‘봄’을 보는 ‘봄’본문: 요한복음 9장 1-12절일자: 2026.03.01.‘본다’라는 말은 단순히 눈으로 인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고 말하며 통찰을 이야기하고, “그 일을 다르게 본다”고 하며 해석의 차이를 말한다. “오랜만에 친구를 봤다”고 하며 만남을 표현하기도 하고, “세상을 많이 봤다”고 하며 삶의 경험을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의 ‘봄’이 교차하는 성경 본문이 있다. 요한복음 9장 1-12절이다. 이 단락은 단순히 한 사람이 눈을 뜨게 된 사건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사람의 서로 다른 ‘봄’을 보여준다. 이웃: 사건을 ‘보다’맹인의 이웃과 그가 구걸하던 모습을 보아 왔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본다. 오.. 2026. 3. 8.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가장 멀리 있었다. 제목: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가장 멀리 있었다. 본문: 요한복음 5장 31-47절일자: 2026.02.15 앞 단락에서 예수가 자신의 신적 권위를 선언한 뒤, 이제 증언과 검증의 법정적 사고 구조 안으로 들어간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 증언은 참된 증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면서(31절),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사실임을 드러내기 위해 증언과 판단,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로 옮겨간다. 무지의 결과가 아니라, 의식적 선택이러한 증언 구조 속에서 가장 먼저 소환되는 인물은 세례 요한이다. 그는 당시 유대 사회 안에서 이미 공적으로 인정받은 인물이었고, 그의 증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유대 종교 공동체 전체가 무시할 수 없는 공적 증언이었다. 예수는 바로 ​유대인들이 이미 신뢰하고.. 2026. 2. 20.
사실을 말하면서 진실을 숨기는 법: 아브람식 거짓말 제목: 사실을 말하면서 진실을 숨기는 법: 아브람식 거짓말 부제: 거짓말은 안 했습니다만…참고: 창세기 12장 10-20절 아브람은 이집트가 가까워지자 겁이 났다. 사래가 너무 아름다워서 아내를 빼앗으려는 자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엄습해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브람은 사래에게 누가 물으면 아내가 아니라 “누이”라고 소개하자고 말한다. 이 말은 사실(fact)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숨길 수 없는 진실은 사래가 누이가 아니라 “아내”라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사실이자 진실이다. 우리는 거짓말하는 아브람을 생각보다 쉽게 이해한다. 서구 문화에서는 거짓말을 사실이냐 거짓이냐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우리는 거짓말에 다양한 표현을 붙여 사용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것이 사실.. 2026. 2. 14.
퇴장하는 조연, 등장하는 주연 제목: 퇴장하는 조연, 등장하는 주연본문: 요한복음 3장 22-36절일자: 2026.02.08 성과라는 파도에 흔들리는 제자들요한복음 3장 22절은 예수와 제자들이 유대 땅으로 가서 세례를 베푼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요한도 에논에서 세례를 베풀고 있다. 요한의 제자들과 한 유대인 사이에 ‘정결 예식’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사실 논쟁의 발단은 예식이었을지 몰라도, 제자들의 마음을 진짜 흔든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예수께로 몰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었다. “보소서! 그가 세례를 베푸니 사람이 다 그에게로 가더이다.” 제자들은 사람들이 예수에게로 몰려가는 현상을 이렇게 보고한다. 아마도 그들은 이 상황을 요한의 영향력 축소, 곧 자신들의 존재 가치의 하락, 존재론적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회개의 세.. 2026. 2. 11.
하늘의 언어가 땅의 삶이 되다 제목: 하늘의 언어가 땅의 삶이 되다 본문: 요한복음 1장 1-18절일자: 2026.02.01 대면(對面): 존재 정의를 넘어 관계 선언으로요한복음 1장 1절은 ‘존재 정의’보다 ‘관계 선언’이다.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라는 표현에 사용된 헬라어 πρός(프로스)는 단순한 공존이나 병렬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단어는 ‘~을 향하여’, ‘대면하여’라는 의미를 지니며, 서로를 향해 열려 있는 인격적 관계를 가리킨다. 즉 말씀은 하나님 곁에 나란히 놓인 어떤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해 마주 서 있는 관계적 존재로 묘사된다. 이어지는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다”라는 표현 역시 말씀과 하나님을 동일 인격으로 환원하려는 형이상학적 정의라기보다, 그 둘 사이의 분리될 수 없는 친밀성과 정체성의 일치를 선.. 2026. 2. 5.
친밀함 속에서 말하는 중보자 아브라함 제목: 친밀함 속에서 말하는 중보자 아브라함본문: 창세기 18장 16-33절일자: 2026.01.25 창세기 18장 16–33절은 하나님과 아브라함 사이의 깊은 친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본문이다. 이 친밀함 속에서 하나님의 계획은 공유되고, 아브라함은 그 계획 앞에 침묵이 아니라 책임 있는 응답으로 나아간다. 구체적으로 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심판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으시고, 아브라함을 자신의 계획 안으로 초청하신다. 이에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공의와 긍휼을 신뢰하는 ‘중보기도’라는 방식으로 그 초청에 응답한다. 계획을 나누시는 하나님(16-19절)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를 향한 계획을 앞두고 스스로 질문하신다. “내가 하려는 것을 아브라함에게 숨기겠느냐?” 이 질문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차.. 2026. 1. 29.